한국사나 세계사의 교과서에서 항상 먼저 등장하는 부분이다. 바로 역사는 사실로서의 역사, 기록으로서의 역사 두 가지로 구분된다는 것. 이 두 가지 내용을 살펴보다 문득 떠올랐다. 과연 이 둘이 정말 구분되는 것일까?
1. 사실로서의 역사
사실로서의 역사는 객관적인 사실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 1919년에 3·1운동이 일어났다.
-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에 비상계엄 조치가 시행되었다.
이처럼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해 다루는 게
사실로서의 역사이다.
1-1 랑케의 역사관
랑케는 역사 서술에서 원사료에 충실하고, 사실을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시했다. 그는 이런 방법론을 바탕으로 역사학을 하나의 독자적인 연구 분야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얻었다.
2. 기록으로서의 역사
기록으로서의 역사는 사람들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기록했는가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 1919년 3·1운동에 대해 누군가는 "민족의 독립을 향한 뜨거운 저항"이라 기록했고, 다른 누군가는 "질서와 치안을 위협하는 반란"으로 평가했다.
-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에 대해 어떤 이는 "국가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 말할 것이고, 다른 이는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폭력"으로 기록할 것이다.
이처럼 기록으로서의 역사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과 해석이 담긴 역사를 말한다.
2-1 E.H.카의 역사관
에드워드 카는 역사를 사실 그 자체가 아닌 해석된 기록으로 보았다. 그는 역사가의 관점과 선택이 개입된다고 주장하며, 사실과 기록은 분리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역사는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역사가와의 대화 속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3. 사실로서의 역사, 기록으로서의 역사: 그 둘이 정말 다른 것인가?
아무 생각 없이 역사 책을 읽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사실로서의 역사와 기록으로서의 역사가 정말 다른 것일까?
예를 들어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났다."는 내용은 사실로서의 역사이다. 주관적인 해석이 개입되지 않았고 객관적인 사실만을 나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돌체라떼를 한 잔 사먹었다."는건 어떤가? 이건 객관적인 사실이지만 "역사"가 아니다. 왜냐하면 나의 일상적인 활동은 다른 사람, 사회 전체, 나아가 국가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것은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났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고 이에 따라 "역사"가 될 자격이 있다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 사실로서의 역사"로 이름불리려면 이미 "그것은 중요한 문제이고 역사로서 다뤄질만한 사건이다."는 해석이 개입한 것이다.
사실로서의 역사와 기록으로서의 역사. 한국의 교과서는 이 둘을 분리하여 서술한다. 하지만 어떤 사건이 더 중요한 사건인지에 따라 그것을 서술할 지 생략할 지 결정할 수 있다. 물론 어떤 것이 더 중요한 사건인지에 대한 판단은 서술자의 해석과 판단이 개입되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사실로서의 역사는 이미 그 자체로 기록으로서의 역사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