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vs 노력 아주 고전적인 논쟁이다. 최근에는 재능이 차지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게 연구결과로 밝혀져 다소 사그라들었지만, 오랫동안 한국 사회를 강하게 지배한 게 바로 노력이다.
그렇다면 노력만능주의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1. 서양의 고대와 중세 시대
우리는 동양인이지만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는 건 서양이다. 따라서 서양의 역사적 맥락을 따라가 보자.
1-1 서양의 고대 사회
서양의 고대 모습을 상상해 보자. 소수의 자유민이 행정과 정치를 도맡아 하고 생산은 노예가 전담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되겠다.
이 시대에 사회적 성공과 부의 획득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가? 타고난 혈통이다. 재능인 셈이다. 노력은 어떤 역할을 하였는가? 귀족과 자유민들이 노력을 통해 성공을 이룩하는가? 물론 없진 않겠지만, 그들의 타고난 혈통과 재능이 성공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 시기에 노력은 노예의 덕목이었다. 죽을 만큼 고생하고 노력해서 노동하는 건 노예가 할 일인 셈이다. 자유민과 시민들은 노예들이 노동한 대가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였다.
1-2 서양의 중세 사회
서양의 중세 사회를 상상해 보자. 중세 서양은 장원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이 존재했다. 장원의 주인은 영주이고 그 속에 작은 사회가 형성되었다.
이 시기의 상황도 고대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귀족과 영주들은 타고난 혈통을 그저 누리기만 하면 되었다.
역시 이 시기에 노력은 농노의 덕목이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농사를 짓는건 농노의 덕목인 셈이다. 귀족들과 영주들은 농노가 고생한 대가를 그저 향유하며 풍류를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시기에 사회적 성공과 부는 모두 세습되었다. 타고는 가문과 혈통도 노력보다는 재능이라는 점에서, 성공의 핵심 비결은 재능인 셈이다.
2. 서양의 근대 사회 : 노력주의의 등장
2-1 노력주의의 등장
하지만 서양은 근대에 이르러 변혁기를 맞이하게 된다.
십자군 전쟁, 신항로 개척 이후 서양의 중세 봉건제도가 무너졌고 근대로 이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상공업과 무역을 통해 부를 획득하는 자유민 계층이 등장하였다.
이들에게는 타고난 지위나 혈통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누구나 노력하면 무역과 상업으로 큰 부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은 영주에서 벗어나 도시를 형성하였고 왕권과 결탁하여 절대왕정 시대를 열었다.
이러한 서양의 근대로의 이행으로 인해 노력만능주의가 등장한 것이다. 고대와 중세 사회에서는 성공과 부의 축적은 모두 혈통과 재능으로 결정되었다. 당시의 노력은 노예의 덕목이었다.
하지만 근대에 이르러 성공과 부의 축적은 개인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노력은 성공을 위한 시민의 덕목으로 바뀐 것이다.
2-2 노력주의는 보편적 진리가 아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노력주의는 서양의 근대에 형성된 개념이다. 길어봐야 500년 남짓밖에 되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노력하면 무엇이든지 다 얻을 수 있다"라고 생각하고 이를 넘어서 "노력하면서 사는 삶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적 삶의 진리이다."라고 착각한다.
기껏해봐야 80년 남짓 사는 인간이 기껏해봐야 500년 밖에 안된 전통을 가지고 불변의 진리라고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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