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시위에서 학생들은 왜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동덕여대 시위가 연일 논란이다. 이제 학교 측에서 시위 주동자를 밝히고 책임소재를 묻겠다는 상황에 이르렀다. 드디어 학교 측에서 액션을 취해 속이 시원하다는 입장과 그래도 어떻게 학생들한테 책임을 지라고 할 수 있느냐는 입장이 공존한다.
나는 "그래도 어떻게 학생들한테 책임을 지라고 할 수 있느냐?" 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다.
학생이면 왜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1. 학교의 주인은 누구인가?
동덕여대의 많은 학생들과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또한 그들에 따르면, 학생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남녀공학 전환 안건을 제시한 것은 부당하다.
큰 틀에서 보면 학생들 없이는 대학이 존재할 수 없고 또 대학이 학생들의 교육의 장이 된다는 점에서 타당하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 볼 수 있다.
근데 주인이라는 게 무엇인가? 주인은 책임과 같은 말이다.
가게 주인은 자신의 가게에 책임을 져야 하고 국가의 주인은 자신의 국가에 책임을 져야 한다. 학교의 주인이 학생이라면, 학생들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2. 학생들은 왜 책임지지 않는가?
인간은 자유라는 형벌에 처해있다.
동덕여대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이 뭔가 큰 오해를 하고 있는 듯하다. 그들은 자유를 "어떠한 구속 없이 내 마음대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모두들 학창 시절 자유와 방종을 구분하며 배운 기억이 어렴풋하게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때 분명히 배웠다. 책임을 지지 않는 무분별한 행위는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다.
이 지점에서 사르트르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인간은 자유라는 형벌에 처해 있다.즉 인간은 자유에 의해 구속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삶의 순간마다 선택을 해야 하고 매 순간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인간적인 삶의 방식이다.
우리는 비록 자유롭지만 그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니 항상 그 책임에 구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자유로우면서 동시에 자유라는 구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라고 선언하였다. 그렇다면 그들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짊으로써 스스로 입증해야 할 것이다.
3. 왜 책임지려고 하지 않을까?
가수 이영지가 방송에서 한 말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나를 혼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방심하기 쉽다. 내가 하고 있는 게 다 맞다고 생각하기가 쉽다."
학생들의 사고방식을 잘 이해시켜 주는 말이다. 나를 혼내는 사람이 곁에 없으면 자신의 행동이 모두 맞다고 생각하기 쉽다.
학생들은 어렸을 때부터 혼내는 사람이 곁에 없었을 것이다. 부모들도 아이에게 잘못된 행동임을 지적하지 않고 학교에서도 혼내지 않는다. 만약 혼내는 선생님이 계셨다면 학부모들에게 민원 테러를 맛봐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동덕여대 학생들은 혼내는 사람 없이 자라왔다.
이제는 그들이 직접 자신의 손으로 혼내는 사람들을 모두 제거하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동덕여대 학우들을 남미새(남자에 미친 x)라고 칭하고, "학생들 너네 지금 이런 태도가 맞아?"라는 교수님의 말에 꺼지라고 답하면서 말이다. 그들은 스스로 혼내는 사람들을 지워가고 있다.
4. 인간성과 동물성
학생들은 학교에 남녀공학 전환 반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학생들과 그 문제에 대해 긴밀하게 상의하자고 말할 권한이 있다. 그것이 먹혀들지 않는다면, 시위도 할 수 있다. 그들의 자유다. 하지만 사회와 타인에게 피해를 입혀도 된다는 자유는 없다.
사자는 사슴을 잡아먹고도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동물에게는 책임이 없다. 내 마음대로 모든 것을 다 하되 그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인간성이 아니라 동물성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행위와 그로 인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짊으로써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자신이 동물이 아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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