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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Hermes/사회 해석

번아웃 제조기, 노력만능주의를 말하다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번아웃에 시달리고 있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번아웃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는 이 상황. 왜 우리는 이렇게 지치게 된 걸까? 어쩌다가 한국 사회는 번아웃 제조기가 된 것일까?

무기력한 번아웃

 

 

1. 노력만능주의, 번아웃을 부르는 사회적 병

 노력만능주의노력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믿음을 말한다. 쉽게 말해, 노력만 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으며, 모든 성공의 열쇠는 노력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다.

 

노력만능주의는 인간에게 열심히 살아갈 동기를 부여한다.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인생을 열정적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력만능주의는 개인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여했다. 성공이 오로지 노력의 결과라면, 실패 역시 전적으로 노력 부족 탓으로 돌려지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번아웃이 생겨났다. 

 

 

 

 

2. 노력만능주의 문제: 왜 번아웃과 좌절을 부르는가?

 

2-1 모든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논리

노력만능주의는 성공과 실패를 오직 개인의 노력으로만 판단한다.

"네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더 열심히 했다면 실패하지 않았겠지."

 

이러한 논리는 실패를 외부 요인보다 개인의 부족함으로만 귀결 짓는다.

 

2-2 실패에 대한 자책과 무너짐

최선을 다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실패를 경험할 경우, 이를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실패의 모든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면 자책감과 무기력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내 책임이고 나의 노력 부족"이라는 생각은 정신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3.   노력만능주의와 입시 경쟁: 빈부격차가 만든 불공정

 

3-1 노력만능주의와 입시 경쟁의 현실

노력만능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내 탓이 아닐 수 있는 부분까지도 모두 내 탓으로 여기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를 한국 사회의 입시 경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과도한 입시 경쟁을 겪는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대학 간판이 성공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수능 강사들은 "수능 정도의 시험은 재능이 아니라 노력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곤 한다. 정말 그러한가? 어디까지가 노력의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재능의 영역이란 말인가?

 

3-2 빈부격차와 노력의 한계

[자료=백승아 의원실·한국장학재단] , 헤럴드 경제 참조.

 

최근에는 대학 입시에서도 빈부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위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학교에도 부모의 경제력이 학생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모의 재산이 많은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에서 공부하며,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입시 실패가 과연 노력만의 문제일까? 타고난 머리, 집중할 수 있는 능력, 하고 싶은 것을 참아내는 절제력, 그리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집념 등이 과연 유전자와 무관한 것일까?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가정 환경과 부모의 경제력은 정말 무의미한 요소일까?

 

3-3 재능과 운의 작용

수능 시험에서 치러지는 주요 과목들은 운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만약 내가 중국어에 타고난 재능이 있고 주요 과목에는 재능이 없다면, 입시에서 불리하게 시작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수학을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그 재능만으로도 입시에서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학은 입시에서 결정적인 과목이기 때문이다.

 

3-4 노력만능주의가 만든 번아웃과 죄책감

이처럼 노력만능주의는 자신의 잘못이 아닐 수 있는 영역까지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끌어안게 만든다. 입시에서 실패한 학생들은 스스로를 "노력이 부족했다"고 자책하게 된다. 타고난 환경, 재능, 운과 같은 요소를 고려하지 못한 채,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은 과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없는 죄책감과 무기력감을 느끼게 한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 때, 사람들은 쉽게 번아웃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에 만연한 구조적 병폐로 자리 잡았다.

 

 

 

 

4. 결론: 번아웃 제조기를 멈추기 위해

요즘 사람들은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자신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까지도 남탓과 사회탓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왜 이런 경향이 생겨난 것일까?

 

그동안 한국 사회는 개인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해 왔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제는 책임을 완전히 회피하려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한 때이다. "정말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인가? 어쩌면 내 책임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 이러한 질문을 통해 우리는 책임의 본질을 더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

 

이런 사고는 자신에게 부당하게 부여된 책임을 거부할 수 있게 하며, 동시에 진정으로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은 기꺼이 받아들이는 성숙한 태도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