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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Hermes/문화 해석

열혈사제 시즌2 흥행의 이유는?

열혈사제와 같은 드라마들이 인기인 이유는? 최근 드라마들이 주로 부패한 권력자들을 처단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법의 부조리 속에서 자력구제사적복수가 주된 해결책으로 그려지는데, 이는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한다. 법치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자신의 힘으로 복수 하게 되며, 이는 사회가 점점 더 위험해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열혈사제 시즌2 포스터.

 

 

 

열혈사제가 시즌2로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시즌1도 참 재밌게 본 드라마인데 시즌2로 다시 보니 더 반갑다.

요즘 "이런 류"의 드라마가인기다. 보고만 있어도 사이다처럼 통쾌하달까?

 

예전의 한국 드라마는 포맷이 정해져 있었다. 착한 주인공. 반대되는 악역. 결국 착한 주인공이 시련을 겪고 끝내 행복해지는 스토리. 대표적인 권선징악 형식이었다.

 

 

열혈사제의 흥행 원인

그렇다면 "이런 류"의 드라마라는 게 무엇일까? 부정하고 부패한 자들을 처단하는 종류이다. 그런데 그건 그것대로 권선징악이 아닌가? 큰 틀에서 보면 맞다. 주인공이 선이라고 생각하면 악인을 처단하는 것이니 권선징악이라 할만하다.

 

그럼 이전의 드라마와 무엇이 다를까? 이전에는 악인을 처단하는 과정에서도 선한 방법과 수단을 사용했다. 그러니까 착하게 살면서 끝내 주인공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안다.착하게 살면서 선한 수단으로 악인을 이길 수 없다.

그러니 기존의 드라마에 사람들이 점점 흥미를 잃어간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바로 "법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능력자들이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가고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다. "법이 그렇다"는 공허한 말속에 피해자들은 절규한다.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도 않았는데 판사가 정상참작하고 사회가 용서한다. 이 부조리함 속에 우리는 느낀 것이다. "법이 작동을 멈췄다"고.

 

자력구제와 사적복수

생각해 보면 그간 열혈사제와 같은 드라마들이 크게 인기 있었다. 모범택시 시즌1, 시즌2, 빈센조, 더 글로리 등.

 

드라마들 모두 법이 가해자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아 생긴 일들이다. 피해자들과 그 주변부가 직접 가해자를 처단하는 식으로 말이다.

 

 

형법 제23조(자구행위)
법률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서는 청구권을 보전(保全)할 수 없는 경우에 그 청구권의 실행이 불가능해지거나 현저히 곤란해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자력구제(自力救濟)란, 스스로의 힘으로(자력) 구한다(구제한다)는 뜻이다. 형법 제23조는 자력구제가 가능한 조건을 알려주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자력구제는 금지됨을 의미한다. 아주 특별한 케이스에만 인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 동덕여대 사태와 관련해서 예를 들어보면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시위를 했다는 식으로, 마치 자력구제행위를 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과 다른 절차를 얼마든지 거칠 수 있었음에도 자력구제를 행한 것은 불법이다.

 

또한 자력구제와 더불어서 사적복수 역시 법적으로 금지된다. 그러니까 한국은 자력구제와 사적복수가 법으로 금지된 국가이며, 문제의 해결은 법을 통해서 이루어야 한다.

 

 

그런데 법이 작동하지 않으면?

 

 

 

이게 가장 큰 문제이다. 한국은 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자력구제와 사적복수는 금지되어 있는데 법이 고장이 난다면?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피해자를 구제할 방법도 없어진다.

 

예를 들자면, 핵우산이 있겠다. 핵우산이란 핵무기의 보복력에 근거하여 적의 핵공격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곧 핵에 대한 방패라는 의미이다. 비핵보유국가가 핵보유국가에 의존하여 국가의 안전보장을 도모하는 것을 비를 피해 우산에 들어가는 것에 빗대어 핵우산에 들어간다고 표현한다.

 

쉽게 말하면 미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니 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북한이 한국에 핵공격을 감행한다면 미국이 대신 보복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핵공격을 입었는데 미국이 방관한다면? 또 그런 상황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는데 여전히 한국의 자체적인 핵보유를 형식적으로 계속 금지한다면? 한국은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

 

위의 드라마들에서 피해자들이 겪는 상황은 이와 유사하다. 그들에게는 자력구제와 사적복수 이외의 방법은 없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상황을 자구행위 상황이라고 인정해주지도 않는다. 법은 문제없이 잘 작동했고 당신이 억울한 건 뭐 어쩔 수 없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실력을 행사하는 건 불법이라 간주한다.

 

 

 

무기대등의 원칙

‘무기대등(武器對等)’의 원칙. 이것은 재판에서 원고와 피고는 대등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특히 형사소송법에서 검사와 피고인은 대등한 위치에서 서로의 주장과 입증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더 자주 인용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법치주의 국가에서 재판의 진행 중에는 서로 싸울 무기가 대등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형사 재판은 변호사 없이 진행되지 않는다. 돈이 없으면 국선변호사라도 선임하게 해 준다. 싸울 무기가 대등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으니까.

 

그런데 요즘은 피해자들에게 주어진 무기가 없다.

자력구제도 안 돼, 사적복수도 안 돼, 법도 제대로 작동 안 해. 무기 없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적복수를 직접 하거나 대신해주는 드라마들이 인기 있어진 것 같다.

"이런 류"의 드라마가 점점 더 많아진다는 건 이 사회가 점점 더 안 좋아지는 쪽으로 간다는 의미겠다. 이제는 법이 고장 난 것을 누구나 체감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