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의 비극과 연대의 의미를 탐구하며, 국가 폭력이 남긴 상처와 치유를 이야기합니다.
1. 책 선정 이유
우리 독서모임에서는 이번에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기로 했습니다. 한강 작가가 지난 10월 10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후 더욱 주목받고 있는 이 작품은, 우리 역사 속에서 잊혀서는 안 될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이 소설은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그 시절을 살아간 사람들의 아픔과 상처를 담아내며 우리가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국가 권력의 무서움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개인의 아픔이 사회 전체의 트라우마로 이어지는 과정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이 역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그리고 ‘그 기억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라는 물음은 현재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 책이 주는 통찰을 모임에서 함께 나누며,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교훈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2. 소설 속 사건의 배경
<소년이 온다>의 주요 사건은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입니다. 하지만 광주 민주화 운동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박정희 정권부터 시작해 신군부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맥락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1960년 4·19 혁명 - 이승만 정부의 3·15 부정 선거에 반발하여 일어났습니다.
1961년 5·16 군사정변 - 박정희 및 대한민국 육군장교들이 군사정변으로 실권을 장악했습니다.
1961 · 1967년 대선 - 박정희는 두 차례 선거에서 모두 윤보선을 꺾고 대통령에 올랐습니다.
1969년 3선 개헌 - 당시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두 번까지만 연임이 가능했으나, 박정희는 1963년과 1967년에 이미 두 차례 당선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집권을 원했던 박정희는 헌법 개정을 통해 세 번째 임기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1971년 3선 성공 - 박정희는 김대중을 상대로 대선에 승리하여 3선에 성공합니다.
1972년 유신 헌법 - 1971년 대선에서 신민당의 김대중 후보가 박정희에게 강력한 도전을 하며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자, 박정희는 정권 유지를 위한 더욱 강력한 통치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1972년 10월, 박정희는 '10월 유신'을 선언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이유로 국회를 해산하고 헌법을 개정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신헌법은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으며, 대통령을 간접 선거로 선출하도록 변경하여 사실상 박정희의 종신 집권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대통령의 임기는 6년으로 늘어났고, 연임 제한도 폐지되어 박정희의 무기한 독재체제가 완성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79년 10월, 부마항쟁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박정희의 유신 독재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가운데, 부산과 마산의 대학생들과 시민들은 "유신 철폐"와 "독재 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이에 박정희는 강경 진압을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과격한 시위 진압이 한국 사회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을 우려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는 결국 10·26 사건을 일으켜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며 유신 체제는 일단락되었습니다.
박정희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최규하가 대통령 권한을 임시로 이어받아 과도 정부가 세워졌지만, 정치적 혼란은 쉽게 수습되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은 유신 체제가 끝난 후 민주화를 기대했지만, 새 정부는 확고한 정치적 권한이 없었고, 사회 곳곳에서는 민주화 요구가 점차 강해졌습니다.
2.1 전두환의 등장
이윽고,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을 필두로 한 신군부 세력이 기존 군부 내 지휘 체계를 무너뜨리는 군사반란을 일으켜 실권을 장악했습니다. 이후 최규하 정부는 군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이 틈을 타 신군부는 권력을 더욱 강화하게 됩니다.
다음 해인 1980년. 대학생과 시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신군부는 이를 사회 혼란과 공산주의 침투의 가능성으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습니다.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정치 활동이 금지되며, 주요 민주 인사들이 체포되었습니다. 이는 곧 5월 18일 광주 민주화 운동의 발발로 이어집니다.
3. 작품 속으로
한강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소년이 온다> 속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또한 그 인물들의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가의 섬세한 표현과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우리가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1980년 5월 18일 광주 그곳으로.
작가가 그것을 의도한 것이었을까. 한강 작가가 실제로 살았던 광주 중흥동의 집에 이 소설의 주인공인 동호네가 이사 오게 된다. 이런 소설적 설정을 통해 마치 소설 속 과거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작가가 이러한 설정을 통해 1980년 광주로 들어간 것처럼, 우리가 단순히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함께 그곳으로 들어가 그들이 경험한 것을 온전히 경험하길 원한 것이다.
- 양심이란 무엇인가?
양심. 인간성을 상징하는 말이다. 등장인물들은 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양심을 경험한다. 압도적으로 강한 군인들 앞에서도 두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것. 세상에서 가장 강하면서 연약한 것.
그러니까 형, 영혼이란 건 아무것도 아닌 건가.
아니, 그건 무슨 유리 같은 건가. (130쪽)
마치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것. 그것이 영혼과 양심이다. 마치 줄인형극이 사람의 손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 소설 속 인물들은 양심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에 의해 움직인다. 저녁을 같이 먹게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깨고 계속 남아있었던 동호도,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것이 그토록 치욕스러운 한 교대생도, 너무도 고통스럽지만 다시 그 순간이 닥쳐온다면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될 것 같다는 선주도 모두 양심이라는 실에 의해 움직였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 인간은 이타적이고 선한 존재인가, 아니면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가?
작가는 인간의 본성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라, 군중 속에서 발현되고 완성된다고 생각했다. 개인의 행동 역시 그들이 속한 군중 속에서 비로소 의미를 얻고 완성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연대의 의미가 드러난다.
1980년 광주로 들어가 그들이 겪은 아픔을 온전히 느끼고, 그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기억하는 것. 그것이 연대이다
국가 권력의 폭력은 개인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그들의 육체와 정신을 파괴한다. 우리는 왜 연대해야 하는가? 피해 입은 개인들의 아픔에 왜 귀 기울여야 하는가? 그들의 트라우마는 사회로 퍼져 사회적 트라우마를 낳고, 결국 사회적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연대를 통해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 고통을 마치 나 자신의 상처처럼 느껴야 한다.
4. 마무리하며
초등학교 때 피구 시합에서, 날쌔게 피하기만 하다 결국 혼자 남으면 맞서서 공을 받아안아야 하는 순간이 왔던 것처럼. (175쪽)
누구나 피구 시합에서 혼자 남아 공을 받아안아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우리는 그 순간들을 위해 연대하는 것입니다. 혼자 남게 될 나를 위해서.
앞으로 모임에서 이 작품을 함께 깊이 나누고 연대의 의미를 더 생각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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